원주 출장 후 집에 가는 길에 그분과 만나기로 하고, 이수역에 내렸다.
올 초에 썼던 글인데.... 어딨더라...
찾았음.
제목 : 이수역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고통의 흔적이 남아있다...
날짜 : 09-04-13 11:35
11시경에 이수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는데 에스컬레이터 앞에 진갈색의 믹스 머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걸 밟은 흔적들...
나는 '앗! 똥이다.'하고 외쳤다.
그분께서는 설마 이런 공공장소. 그것도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누가 싸질러놨겠냐고 하시면서 쵸코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대충 갈색 성분을 제외하고 남은 잔여물들로 봤을때 맛없어 보였는데 말이다...
그럼 확인을 해보자고 했고. 그 흔적들을 따라갔다.
흔적은 화장실쪽으로 나있었다.
나는 그것보라고 분명 싸고서 씻으러 갔다고 했고, 그분은 흘렸으니 닦으러 갔을거라고 했다.
흔적은 남자화장실쪽에 있었으므로 추적을 계속했다.
세면대 위에는 물이 흥건하고 여기저기 튄 흔적이 보였다.
화장실 2번 사로 문앞에 희미하게 갈색이 보이고 있었다. 살펴보니, 신발 뒷꿈치 자국같았다.
문을 슬쩍 밀어보고서 확신했다.
휴지통에 산처럼 쌓인 휴지들. 변기 시트 왼쪽부분에 문질러진 갈색흔적들...
상황보고를 하러 화장실에서 나와 내 생각을 말했다.
'한 급한 사람이 서둘러 화장실로 향하고 있다.
그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방귀가 마렵다.
방귀라도 빼버린다면 장내 압력을 낮출수 있을 것이고, 그 고통은 적어질것이라고 생각하고 급히 가스밸브를 연다.
하지만 밸브해제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압력은 훨씬 높았고, 배출되는 엄청난 압력에 그는 무기력 하다.
팬티 엉덩이 왼쪽(변기 시트의 흔적으로 추정)으로 변기에서 봐야 할 것들이 넘치기 시작했고, 당혹감과 함께 신도림 같은 혼잡스러운 역이 아니었음에 감사기도를 올린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서 가만히 화장실 층으로 이동했고, 서둘러 휴지를 쉴세없이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은채 안락한 2번사로에 들어간다.
변기에 앉아 뱃속에서 자신을 압박하던 남은 놈들을 익사시킨다.
문제가 해결되고나니, 몸을 둘러싼 흔적들이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
눈물을 흘리며, 화장지로 몸에 남은 흔적을 닦아낸다.
그리고 가만히 주변에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는지 귀를 기울인다.
물소리가 나며 1번 사로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다른 소리들은 들리지 않는다.
서둘러 세면대로 향한다.
그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세찬 물에 마구 옷을 문질러댄다.
귀는 출입구 방향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 사람은 생각한다. 아프리카 초원의 풀을 뜯는 가젤만이 본인의 그런 긴장감을 알 것이라고...
그는 이수역 근처의 옷 파는 곳이 어디인지 떠올리며, 젖은 바지를 입고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다시 출구로 향한다.
냄새는 천사처럼 그의 주위를 맴돈다.
마음속으로 계속 본인을 위로한다. '아무도 나를 못봤어... 아무도 나를 못봤어... 아무도 나를 못봤어.....'
출구는 너무 멀다...'
그분께 당당히 외쳤다. "어때. 나의 추리?"
굉장히 불편한 표정을 하며, 주먹으로 여러번 나를 때렸다.
이해한다... 내 추리가 맞았으니 기분이 나빴겠지.
그분은 그래도 계속 '공공장소에서 그럴리 없다'고 하였다.
이럴땐 좀 꺾어 줄 필요가 있다.
'후훗. 그럼 저거 한번 만져봐'
그때의 생각이 다시난다.
그사람.... 지금은 그때의 상처를 잊고 잘 지내고 있겠지...?
이수역맨.....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