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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5 화나면 지는거, 화나면 인정하는거.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자신을 제일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릴때, 어떤 사항들에 대해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정한 기준이. 화나면 지는거, 화나면 인정하는거. 요거다.

요즘 내가 가장 크게 이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는것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나이 많다는 거.
또 하나는. 몸무게 많이 나왔다는 거.

이 두개의 말을 들으면 요즘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ㅋ

몇달전에 업무차 통역하는 아가씨와 잠시 같이 일을 했었는데, 내 나이를 묻더니 와~ 아저씨다. 이러는 것이다.
순간 울컥해서 아무말도 못했다.(마음속으로는 타이밍 놓치기 전에 농담으로 받아쳐!!라고 외쳤는데...)

그리고 아... 내가 정말 나이가 먹긴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거기서 왜 울컥했는지... 제작년에 그 얘기 들었을때는 나도 나이 좀 먹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음... 실제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뀌고 나서 스스로도 좀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내 얘기를 듣고 누군가 '나이 6~70살 되서도 나이 많다는 말에 아무렇지 않다면 나이 들지 않는다는 거냐?'라고 얘기한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얘기 할 수 있다.

내 기준에서 늙고 못생기고 뚱뚱하고 머리나쁘고 기타 등등... 이런 말 듣고 (맘속으로도)대범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늙지 않은 사람이고, 못생기지 않은 사람이고, 뚱뚱하지 않은 사람이고, 머리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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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몸무게 많다는 거. 배 나왔다는 거....

처음 울컥 했을때가 운동안하면서 배에 힘도 안들아가는 어느 한때...
물마시러 가는데 어머니께서 '너 뱃살이 그게 뭐니? 신경 좀 써야겠다.'라고 하시는데 순간 욱!해서 '제 나이엔 이정도면 정상이거든요?!'라고 해버렸다.

그리고 내 방에서 물마시면서 아... 내가 울컥하다니... 나 스스로도 살 쪘다고 느끼나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전에는 살쪄도 상관 없었다. 살찌는게 소원이었으니까...

내 키에서 110을 빼면 몸무게보다 15~20이 더 많았다. 해골같다는 얘기도 듣고, 어깨 좁다는 얘기도 듣고, 팔다리가 관절보다 얇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때는 살찌는게 소원이었다. 하루에 밥 7끼 먹고, 빵이나 라면먹고 잤다.
군대가기전까지. 내 최고의 소원은 통일 다음으로 살 찌는거였다.

그리고 군인의 신분으로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제대 후 알바로 우연히 경호회사에 들어가서(나중에 TV 보니까 그 회사분들이 ASEM회의에 경호 맡고 있던데...) 운동과 먹는거만 줄기차게 했다.
또 10킬로가 불었다.

그 뒤로 8년간은 운동안하니 몸무게는 최고 지점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근육은 빠지고 살이 붙었다.
배와 옆구리 뒷쪽은 엉덩이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어머니께서 보신게다.

전에 살찌는게 소원이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살쪘다는 얘기가 참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살이 찐 것이고,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빼야 하는데, 군대에서 체질이 바뀌어서 살이 잘 붙는다.

예전엔 참 많이 먹었었다.

제일 많이 먹은게 일병때 첫 면회로 가족들이 군 동기랑 후임하고 같이 먹으라고 사오셨는데 다 휴가가서 나 혼자 먹었던 때다.
버거킹와퍼 7세트, 치킨 한마리, 케익中한판, 우유200ml 9개... 정신차리고 보니 세시간 동안 이걸 다 먹었었다.
그리고 찬합에 약식 두판주셨는데, 내려와서 혼자 한판 먹었다.

그 전에도 이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꽤 먹었다.
지금은 그보다 훨~ 사람답게 먹는데, 살이 더 찐다.


이젠 빼고싶다.
내가 살 찌고도 싶어봤고, 빼고도 싶어보는 중인데, 살 빼는거 이거 찌는것보다 훨 힘들다.
어떤사람은 살찌는게 더 힘들다는데, 그건 운동안하고 불규칙하게 걍 많이 먹기만 하는 사람들 얘기 같다.
살 찌고 싶은 사람들.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면 된다.
살 빼고 싶은 사람들. 먹고 싶은 거 다 참아가면서 빼야한다. 이거 참는게 정말 고문이다.
배고플 때는 똥차에서 나는 똥냄새만 맡아도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나인데, 이거 정말 힘든 일이다.

아.. 먹는거 얘기하니깐 먹고싶어진다.

엄;;;;; 이야기는 산으로....


하여간 그래서 난 보통 누구 놀릴때 화 안나게, 인정 안할만한걸로 놀리는데, 이거 화내면 인정하는거다.ㅋ



별책부록으로 또 하나의 내 기준은. 신세대 구세대 나누는거.
신세대 구세대 나누면 구세대. 안나누면 신세대라고 생각한다.
신세대라는 말 자체도 참 구세대 적인 느낌이 들긴하지만... 신세대라면 구세대라고 따로 구분하는게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신세대.(이 얘기를 함과 동시에 구세대?ㅋ)
Posted by Ordinario :